아파트 관리 `사각지대`…독신·맞벌이는 괴로워 집에 없는데…평일에 소독
재활용 쓰레기 처리 못하고 도시가스 검침서도 불이익 
반년 전 결혼해 서울의 한 아파트에 사는 황윤선 씨(34ㆍ여) 부부는 요즘 집안 벌레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크기도 다양한 바퀴벌레들이 부엌이나 베란다에 자주 출몰해 기겁하는가 하면 얼마 전엔 황씨가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다가 발 옆으로 기어가는 지네 한 마리까지 지켜봐야 했다. 아파트관리실이 매달 정기적으로 날짜를 지정해 소독 서비스를 해주고 있지만 황씨 부부는 최근 넉 달째 집안 소독을 받지 못했다. 맞벌이 신혼부부여서 평소 집을 비워둔 시간이 많은데 소독일은 모두 평일 낮 시간대였기 때문이다. 정해진 날짜에 소독을 놓친 사람들을 위해 추가소독일도 지정되지만 이 역시 평일이 대부분이다.
황씨는 "노후한 아파트여서 벌레가 많은 건 이해하지만 소독일이 죄다 평일이면 우리 같은 맞벌이 신혼부부들은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황씨가 아쉬운 건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매달 손에 쥐어든 아파트관리비 항목에는 어김없이 `소독비 540원`이란 문구가 적혀 있어서다. 넉 달째 소독 한 번 못 받았는데 애꿎은 소독비만 낭비한 셈이다.
그는 "5개월 전 하루 연차휴가를 써서야 겨우 소독 서비스를 받은 적이 있다"며 "소독도 안 하고 돈만 내면 관리사무소만 이득인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대다수 아파트가 입주자들을 위한 소독이나 오물ㆍ재활용 쓰레기 처리 등을 특정 날짜에만 지정ㆍ실행하면서 입주자들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독신자나 맞벌이 부부 등 평일 낮에 장시간 집을 비워야 하는 사람들이 해당 서비스를 거의 받지 못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서울지역 아파트에 혼자 사는 회사원 남득현 씨(30)는 기독교 신자다. 그는 매주 일요일 오전 9시에 집을 나서 9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주일예배에 참석한 뒤 경기도에 있는 부모님 집에 들르는 게 정해진 일과다.
하지만 그의 집 현관에는 매주 재활용 쓰레기만 차고 넘친다. 이 아파트는 입주자들이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재활용 쓰레기를 외야주차장 한쪽에 내놓을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남씨가 재활용 쓰레기를 없애려면 일요일 오전 11시 30분에 주일예배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와 재활용 쓰레기를 처리하고 다시 부모님 집으로 향해야 한다. 그는 "그런 규정 탓에 몇 주 이상 재활용 쓰레기를 못 치우고 부모님 집으로 가다 보니 집이 온통 재활용 쓰레기 천국이 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소독이나 재활용 쓰레기 처리를 특정일로 지정해둔 아파트관리실 측은 "일부 입주자 불편은 이해하지만 업무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소독도 사람을 고용해 하는 건데 그들에게 주말에 일을 시킬 순 없지 않으냐"고 평일 소독의 이유를 들었다.
재활용 쓰레기 처리에 대해서도 그는 "주말 특정 시간대에 재활용 쓰레기를 내놓도록 해야 그때에만 외야주차장에 쓰레기가 쌓여 관리할 수 있다"며 "주차장을 매일 재활용 쓰레기판으로 만들 순 없다"고 설명했다.
관리실 측과 다툴 일은 아니지만 혼자 사는 아파트 입주자의 고민거리는 또 있다.
일부 아파트의 경우 도시가스 계량기가 현관문 안쪽에 달려 있어 검침원이 밖에서는 이를 확인하지 못할 때가 많다.
입주자는 현관문 앞에 붙여진 도시가스 검침
표에 매달 특정일마다 검침 숫자를 적어놔야 한다.
하지만 이를 깜빡하고 넘어갈 경우 검침표에는 검침원이 쓴 `인정`이란 글씨를 찾아볼 수 있다. 이른바 `인정고지`다.
이는 입주자 부재로 검침원이 가스 검침에 실패하면 전년도 해당월을 포함해 전후 3개월 평균값을 적용해 사용량을 책정하는 방식이다. 전년도보다 집을 많이 비워 가스를 적게 쓰는 사람의 경우 손해를 보는 구조다.
서울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입주자 온라인 카페를 운영하는 윤 모씨는 "카페 게시판에 주로 독신자들이 아파트 관리 불편을 자주 호소하는데 이를 관리실에 전해도 해결되지 않을 때가 많다"며 "아파트 관리가 좀 더 주민 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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