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최근
신종인플루엔자 항바이러스(
타미플루) 비축량 일부를 타미플루 제조사인 로슈에 공급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신종플루(인플루엔자A/H1N1) 공포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공중보건위기대응과 관계자는 11일 "수량이 얼마인지를 밝힐 수는 없지만 정부 비축 물량 중 일부를
로슈에 먼저 공급했다"며 "최근 타미플루가 부족하다는 약국이 늘고 있어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약국은 여전히 타미플루를 제때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타미플루 수급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국민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각에서 타미플루 제조업체가 수익을 높이기 위해 공급을 늦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종플루 다시 번지나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이날 "현재 타미플루 수요는 늘고 있다. 하지만 공급은 원활하지 않고 있다. 도매업체들은 재고가 없어 약 부족사태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타미플루 공급사인 로슈는 "공급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비축한 타미플루 물량도 충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디"면서 약사회 측 주장과 엇갈리고 있다.
타미플루 부족 사태가 확산되자 국민은 신종플루 대유행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올해 신종플루로 분류되는 A/H1N1 바이러스 환자 수를 집계하지 않아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전병율 질병정책관은 "지난해에는 신종인플루엔자였기 때문에 따로 집계했지만 올해는 신종플루를 인플루엔자(계절독감)에 포함시켰다"며 "신종플루 발생 현황만 따로 집계되지 않기 때문에 지난해와 수치를 비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로슈가 자체 집계한 A/H1N1 발생분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1000명당 3명 수준으로 유지되던 발생률이 12월인 49주차에 접어들며 5명으로 급상승했다. 51주차에는 1000명당 15명까지 올랐다. 이는 대유행기인 2009년 말 50명에 육박했던 것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타미플루 왜 부족한가
걱정을 키운 또 다른 이유는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타미플루 공급을 정부가 아닌 기업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공중보건위기대응과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타미플루를 정부가 사들여 공급했지만 올해는 정부 개입 없이 시장에 맡겼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타미플루 제조업체인 로슈가 수익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공급을 늦추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약사는 "공급물량이 부족하면 정부 비축물량과 타미플루 확보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로슈가 매출을 높이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며 "공식적인 집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혼란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A/H1N1 확산과 타미플루 부족에 대한 걱정은 기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이후 총 7만8000명분의 타미플루가 공급됐고 오는 22일까지 20만명분이 추가 공급될 예정이다. 또 타미플루 5만명분을 보건소에 비치해 의사처방을 받고도 약국에서
항바이러스제를 구하지 못하는 고위험군 환자의 수요를 대비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정부는 지난 2009년 이후 1300만명분의 타미플루를 확보하고 있고 최근 로슈에 공급한 물량도 곧 다시 채울 계획"이라며 "1월 첫주까지 1000명당 22.26명이던 주간 A/H1N1 발생분율이 이번주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청 보건정책과 관계자는 "고위험군 환자 중 약을 구하지 못하는 환자들은 보건소를 방문하도록 했지만 실제 투약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타미플루 국가 비축분은 충분하며 현재 타미플루 공급부족은 민간유통의 문제이므로 별개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